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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pse - SidMeier's Civilizatio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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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재생이 되지않을 시 재생버튼 클릭 후 감상 부탁드립니다.

"아흐..악!"

​날카로운 날붙이가 밤하늘을 담은 것과 같은 눈동자에 파고들었다. 어찌 보면 기괴하기도, 아릅답기도 한 그 눈동자는 이상하리만큼

시뻘건 피를 솓구치며 금세 그 자리에 피 웅덩이를 만들어내었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눈동자는 아무 쓸모가 없는 고무조각 처럼

하얀 타일을 굴러다녔다. 디아볼릭 에스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끄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눈이 깨끗하게 도려져 그 공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이 역류하는 듯 에스퍼의 목구멍에 차올랐다. 목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이물감에 에스퍼의 얼굴을 일그러져갔다. 그렇지만 뱉어내진 않았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설령 물이라 해도 더러워 보이니까, 끈적한 이물감을 그대로 삼키는 것이 낳다고 생각한 에스퍼는 입을 틀어막은체

피를 물 마시듯 삼켜내었다. 일그러진 고개를 좌우로 흔들곤 땀으로 적셔진 이마를 대충 손으로 닦아낸 체 파여진 눈 위로 손이 올라갔다.

오른쪽 눈동자에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텅 빈 공간에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바람이 통과하는 감각만이 느껴졌다. 

에스퍼는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 상황과 맞지 않는 옅은 웃음기를 지어보았다. 그러곤 떠올렸다... 드디어 성공한 건가?

​"...아니..실패야.."

 

 

​붉게 흘러내린 피 웅덩이가 찰흙처럼 뭉쳐지더니 텅 빈 눈덩이를 체워나가고 있었다. 없어진 눈이 체워져 만들어져가는 느낌은

눈동자를 파는 것보다 더 역겹고 기괴해 에스퍼의 미간을 다시금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고체가 되어버린 핏덩이는 처음엔

붉은 적안 색을 띄고 있었지만 점자 색이 탁해지더니 아무 색도 받아들이지 않는 흑자안으로 변해있었다. 막 재생되어버린 눈동자는

물기가 없어 그냥 구슬처럼 매끈하기만 할 뿐, 손가락으로 표면을 만져도 찌르는 아픔이 없었다. 피가 흘러진 자리에는

황산을 뿌린 것처럼 군데군데가 녹슬고 색이 변해있었지만 에스퍼.. 그 혼자만 멀쩡했다. 그의 몸에서 나오는 피와 눈물은 독극물로

변질되었으며 그에게 상처를 입혀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멀쩡히 재생된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미 많이 깨물어 헐어버린 입술을 다시금 꽉 깨물었다.

상처가 생겨버린 입술이 턱을 타고 피가 흘렀지만 얼마 못가 바늘로 매꾼듯 비릿한 혈향 또한 사라져갔다.

피웅덩이로 적셨던 새하얀 타일에 검붉은 독 자국만 자리잡고 있을뿐, 그 이외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

에스퍼는 그저 멍한 정신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렸지..?"

 

​언제부터인가 시간의 문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몸은 자동적으로 재생되었다. 산산이 조각나도, 폭발 때문에 몸이 터져버려도, 

에스퍼 그는 불사신인 것 마냥 살아있었다. 다만 몸은 계속 망가지고 있어, 살아도 산 게 아닌 것처럼 고통스럽고 괴롭다.

몸에 축적된 독은 어떤 액체라 하여도 같이 흘러나왔으며 동시에 고통을 동반해 울고 싶어도 마음대로 울지 못한다.

아주 잘 다져지고 뭉개지고 허물해진 몸은 아주 작은 공격에도 죽을 수 있고 어떤 공격에도 살 수 있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를 불쌍히 여긴 신의 구원인 것일까... 아니면 천국도 지옥도 가질 못하는 더러운 괴물일 뿐일까.. 무엇이 정답일지 몰라도

차라리 죽고 싶었다. 이번에는 심장을 도려내볼까..?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지만, 날이 무뎌진 날붙이를 든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12.Labyrinth VI - The Vengeful God in the Dark Ocean Abyss ~ Unrest - Calling That Detestable Name - 세계수의 미궁 3 Arranged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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